빵점동맹 51화
마사토끼의 신작이니 당연히 기대는 했었다. 현실에서 벌어질 장르물일지 <커피우유신화> 같은 판타지물일지가 궁금했지만 어느 쪽이든 별 관계는 없었다. 그리고 드디어 1화를 봤는데... 재수생들의 컨닝 도전기일 줄이야! 상상도 못했다. 판타지도 아니고 소위 ‘일상물’도 아니고 지금 현실을 기묘하게 살짝 비튼 듯한 세계. 공부는 최소한의 수준만 하고 컨닝으로 대박을 내겠다니, 게다가 이 만화는 개그물도 아닌데!
지금까지 꼬박꼬박 챙겨본 바에 의하면, 약간 과장해서 말해, 지금 스토리와 대사만으로 이 정도 재미를 만들어 내는 작가가 몇 명이나 있겠나 싶다. 솔직히 <빵점동맹>에서 보여준 조아나 작가의 그림 실력이 눈에 확 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간단한 선과 단순한 색상, 그리고 거의 존재감이 없는 배경에 단순한 칸 나눔까지. 하지만 이 그림은 독자로 하여금 현재 벌어지고 있는 상황과 대사에만 최대한 집중하게 하는 ‘친절한’ 그림이다. 처음에는 그림이 이게 뭐야 싶지만 지금은 다른 그림을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이야기와 그림이 잘 맞아떨어지는 것이다.
그렇게 이야기 전달에 최적화된 그림을 바탕으로 마사토끼가 작정한 듯 매화마다 각종 썰을 풀어대니 재미가 없을리 없다. <2인실>이라든지 최근 연재중인 <맨 인 더 윈도우> 처럼 극단적인 상황에서 펼치는 머리싸움 없이 그저 임수영과 백희지의 대화만으로도 재미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공부는 해서 뭐하나, 컨닝이 뭐가 나빠, 이 정도는 괜찮아, 그걸 굳이 할 필요가 없지 등등. 아주 간단한 대화만으로 독자를 확확 끌어들이니 결국 감탄을 할 수 밖에.
이제 수영이 옛날 이야기도 거의 끝났으니 다시 본격적인 궤도에 오를 듯 한데, 지금처럼 현실의 틀을 벗어나지 않는 ‘애매한’ 선 안에서 갈 데까지 막 갔으면 좋겠다. 지금 마사토끼의 감이라면 썰의 쾌감과 현실을 비트는 통쾌함을 만들어 내면서도 그 속에 어떤 씁쓸함까지 녹여낼 수 있을거란 믿음이 있다. 부디 좋은 연재 계속 해주길. 업데이트는 조금 늦어도 얼마든지 즐겁게 기다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