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포마스 1권

2013. 8. 19. 19:04 from 카테고리 없음

 

 

나는 바퀴벌레를 매우매우 싫어하기 때문에 만화를 보기 전부터 마음의 준비를 했었다. 웬만큼 징그러운 게 나오더라도 꾹 참고 보기로. 하지만 몇 페이지를 넘기자마자 아주 디테일한 바퀴벌레의 묘사가 여러 번 나왔고 바퀴벌레가 그려진 쪽으로는 손조차 대기 싫었다. 설정 이야기는 그만해도 되니까 바퀴벌레 좀 그만 나와, 하는 참에 드디어 문제의 바퀴벌레 캐릭터가 등장했는데... 아... 알고보니까 더 징그러웠다. 나중에는 날개가 나와서 막 날아다니고, 2단계 바퀴벌레 캐릭터까지 등장하니 정말 저절로 페이지를 빨리 넘기게 되더라.

하지만 이런 점만 빼면 아주 재미있게 봤다. 그림은 아직 완성 단계라고 보기 힘들지만 이야기 진행이 아주 시원시원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작가가 처음부터 끝까지 뭘 그릴지 청사진을 확실히 그려놓고 연재를 시작했다는 느낌. 특히 멋있게 등장시킨 캐릭터들을 가차 없이 죽이는 점이 흥미로웠다. 기껏 이런저런 멋있는 설정들을 부여하고 바로 다음 페이지에서 날려버리는 스타일. 설정 낭비라는 생각도 들지만 앞으로도 이 페이스로 밀어붙일 수 있다는 작가의 자신감으로 보이기도 한다.

다양한 벌레들의 특징을 이용한 전투 장면을 다채롭게 보여주면서 장르적 재미를 놓치지 않았을뿐더러, 배경에 대한 설명도 어느 정도 나왔으니 2권부터는 아마 제대로 이야기를 보여줄 것 같다. 바퀴벌레 우주인 묘사만 좀 익숙해지면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을 듯. 마지막으로 작은 바람이라면 괜히 인간의 의지 드립 하지말고 확실하게 강한 인간들이 많이 등장하면 좋겠다. 아주 처절하게 싸워주길 바란다.


Posted by 김보년 :